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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널 기억하지만
너는 날 기억할런지
20여년이 지나고 학교엔 다시 찾아왔어
하지만 넌 보이지가 않네...
널 다시 찾아봐도 되겠니?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모든 것이 뒤떨어 지는 9살짜리 사내아이가 있었습니다. 혼자 놀기만을 좋아했고 얼굴 반을 가리는 안경을 쓰고 말없이 등하교길에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만 부러운 듯 쳐다보고 다니던 아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전학을 와서부터 몇개월 동안 숙제는 한번도 해간적이 없고 수업시간에는 시종일관 딴짓만 하던 악동중에 악동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이 악동에게 결국엔 큰 짐을 지어주셨습니다. 반 사내아이들 모두가 짝이 되길 싫어하던 한 여자아이의 옆자리에 앉히기로 결정하신 것이지요. 소년은 그 사실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소녀 역시 몇몇 친구들의 걱정에 신경쓰지 않는 듯 했습니다.
소녀와 소년은 한동안 말도 없이 지냈습니다. 반 친구들의 앉은뱅이와 짝이 되었다는 놀림이 꺼져갈 무렵 담임선생님은 또 다시 반전체의 자리를 바꾸면서 짝도 다시 바꾸었지만 소녀와 소년의 자리는 바꾸지 않았답니다. 그제서야 소년은 소녀에게 악동다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공책을 뺏아 도망가고 필통을 일부러 바닥에 쏟기 일수고 소녀의 가방은 항상 소년에게 들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한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소년의 장난에 말없는 미소를 띄운채 한쪽 다리를 절룩이며 공책을 다시 받아오고 굽혀지지 않는 다리를 펴서 연필과 지우개를 다시 필통에 다시 주워담았습니다. 가방을 들고 도망간 소년은 수업이 시작되면 다시 자리로 돌아올 것을 소녀는 알았던 모양입니다. 또 말없는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가방을 받아 책상 옆 가방걸이에 조용히 가방을 걸어 놓습니다.
소녀는 후천성 소아마비 환자였습니다. 반 아이들이 소녀의 짝이 되기 싫어했던 것은 한쪽 다리에 차고 있던 소변주머니에서 나는 소변냄새와 아침부터 집에갈때까지 앉아서만 있는 소녀의 모습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년은 다른 반 친구들과 달랐던 모양입니다.
소년은 소녀와 친구가 되어가면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의 어머니와 고모가 담임선생님의 부름을 받아 한두차례 다녀가시고 아버지의 사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자 소년은 그제서야 뒤쳐졌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숙제와 일기도 매일 꼬박 꼬박해 갔습니다. 학교에 갈때는 후문으로 들어가 정문에서 소녀를 맞이 했습니다. 소녀의 집에서 일손을 돕는 언니에게서 소년의 가방과 도시락가방 휠체어 손잡이를 건네받고 소녀와 함께 교실로 들어갔고 수업이 끝나면 소녀와 함께 언니나 소녀의 가족을 기다렸습니다.
소년은 소녀의 생일날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친구들이 대부분 소녀의 집에 갔지만 소녀의 어머니는 소년만을 챙겨주셨습니다. 하지만 오랜시간을 소녀와 함께 있지 않고 보기 싫었던 친구들의 무관심을 뒤로한채 소년은 자리를 일찍 뜨고 맙니다.
소녀의 생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은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소년은 소녀에게 짧은 작별 인사만 하고 부모님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지낼 기쁨에 소녀의 서운함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소년은 지금까지도 생일축가를 불러주지 못한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녀의 하얀미소와 변치 않았던 눈빛은 아직까지 어떤 여자에게서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1982년 고명초등학교 2학년...소년이 곱슬머리를 길게 늘어뜨린채 휠체어를 타고 다닌 소녀를 찾습니다.
소녀가 소년을 기억하지 못해도 소년은 소녀의 생일에 생일 축가를 한번 불러주고 싶습니다.
Step Into the Memories 를 잠시 쉬는 동안 소녀를 찾을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