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의 주제는 제 기억의 장소들이며 부제인 과제는 수평잡기, 빛의 입사각 이해하기 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기억의 장소들은 많아질 것이며
사진찍기의 기본 두가지는 평생이 걸려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두가지 주제와 부제만 가지고도 충분히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동기부여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유년시절에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다는 것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좋은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어쩔수 없이 부모님과 떨어져서 막내 고모에 의해 자라왔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장소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메말라 갈라진 땅이 빗물을 흡수하듯이 절 이끌었습니다.
1982~1983년... 20년전의 서울시 구로구 시흥4동의 이야기 입니다.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0살이 채 안된 남자아이에게 그 집은 마치 백두산 꼭대기에 있는 것 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 돌아간다 한들 어머니의 따스한 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젊은 나이에 겨우 12살 어린 조카를 돌봐야 하는 고모에게선 짜증섞인 잔소리만 듣게 될 것이니 아이가 집에 돌아가기 싫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해가 떨어져서 허기와 피로가 극에 다를 때 까지 교실과 운동장에서 지냈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갔어도 난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수돗물을 그냥 마신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들 하시는가? 살아있는 물이라 해서 수돗물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5공시절에는 수돗물은 그냥 저냥 마셔도 탈이 나지 않았다. 아버님께서 살아 계실때 언젠가 물을 사먹어야 된다는 말씀을 난 그때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셔도 괜찮을 지금 실 컷 마셔두라고...
친구들이 모두 돌아간 이후... 이 녀석들이 내 친구였다.
꼭지가 헛돌아 가는 녀석을 찾는 날이면 그날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다. 그 꼭지를 손가락으로 튕겨서 몇바퀴나 돌아가는지 세어 볼 수 있었으니까...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다는 것, 아무도 물을 마시거나 물을 쓰려고 그 녀석을 붙잡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이런 기억들이 있는 학교가 이름이 바뀌어져 있었다. 수위아저씨도 언제 바뀌었는지...아니 정확하게는 바뀐후에 오신 듯 했다. 그런 이름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하시니까... 단촐한 건물하나의 학교, 층수가 좀 높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학교가 바로 신시흥국민학교(20년전의 명칭) 같다.
이 학교가 재미있는 것은 저렇게 구령대가 화단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 구령대 옆에는 어울리지 않는 연못까지 있다.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동네 어귀를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한바퀴 돌긴했지만 예전에 살았던 집, 그리고 친구들이 살았던 집들도 거의 대부분 없어진 상태였다. 마치 나의 바램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Step Into the Memories" 라는 주제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옛동네를 찾아다니는 나의 계획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날도 바로 오늘 같다.
하지만, 어딘가에 무엇인가가 남아있을 그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이 시흥4동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로 다음주 다른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